(01) 구축 아파트 턴키 대신 반셀프 인테리어를 한 이유

(01) 구축 아파트 턴키 대신 반셀프 인테리어를 한 이유

40평대 구축아파트 인테리어를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고민했던 것은

턴키 인테리어를 할지, 반셀프 인테리어를 할지였습니다.

처음부터 반셀프 인테리어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것은 아닙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인테리어 업체에 전체 공사를 맡기는 턴키 방식이 가장 편하고 안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턴키 업체에서 견적을 받아보니 제가 원하는 공사를 모두 포함할 경우 비용이 거의 1억 원에 가까워졌습니다.

결국 여러 가지를 고민한 끝에 저는 공정별 작업자를 직접 섭외하고 일정을 조율하는 반셀프 인테리어를 선택했습니다.

공사를 모두 끝낸 뒤 계산해보니 실제로 들어간 비용은 약 7천만 원 초반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하고 싶었던 공사를 크게 포기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창호 전체 교체부터 시스템에어컨, 주방가구, 욕실, 실링팬, 스마트홈까지 제가 원했던 것들을 대부분 진행했습니다.

그렇다면 비용이 저렴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반셀프 인테리어를 선택한 것일까요?

돌이켜보면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반셀프 인테리어를 선택할 수 있었던 데에는 몇 가지 조건과 제 성향이 잘 맞아떨어졌던 것 같습니다.

1. 육아휴직으로 현장에 상주할 수 있었다

제가 반셀프 인테리어를 선택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조건 중 하나는 시간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었고, 실제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현장에서 보낼 수 있었습니다.

반셀프 인테리어를 해보니 이 부분은 생각보다 훨씬 중요했습니다.

턴키 인테리어는 보통 전체 공사를 관리하는 업체나 담당자가 있습니다. 반면 반셀프 인테리어에서는 그 역할을 집주인이 상당 부분 직접 해야 합니다.

철거가 끝나면 다음 공정이 제대로 들어올 수 있는 상태인지 확인해야 하고, 전기 작업을 할 때는 목공이나 가구와 연결되는 부분을 확인해야 합니다.

시스템에어컨 배관 위치가 목공 단내림과 연결되기도 하고, 주방가구를 설치하려면 콘센트와 급배수 위치가 미리 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즉 각각의 공정은 독립적으로 보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계속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현장에 상주하면서 작업자분들과 직접 이야기하고,

“이 부분은 다음 목공팀에서 이렇게 해야 합니다.”

“여기는 가구가 들어오니 콘센트 위치를 조금 옮겨야 할 것 같습니다.”

같은 이야기를 그때그때 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제가 정상적으로 출근하면서 퇴근 후에만 현장을 확인해야 했다면 반셀프 인테리어를 선택하기가 훨씬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반셀프 인테리어를 고민하는 분들에게 가장 먼저 묻고 싶은 것도 “공사기간 동안 현장을 얼마나 자주 확인할 수 있는가?”입니다.

2.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비용이었다

반셀프 인테리어를 선택한 가장 현실적인 이유는 비용이었습니다.

처음 턴키 업체에 견적을 받았을 때 제가 원하는 내용을 대부분 포함하면 전체 비용이 거의 1억 원에 가까워졌습니다.

물론 턴키 인테리어에는 공정 관리, 일정 조율, 현장 관리와 같은 비용이 포함되기 때문에 단순히 비싸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문제는 정해진 예산 안에서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예산 때문에 창호를 포기하고, 시스템에어컨을 줄이고, 원하는 가구나 자재를 하나씩 포기하기보다는 제가 직접 공정을 관리하면서 원하는 것들을 최대한 해보자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반셀프로 진행하면서 총비용은 약 7천만 원 초반이 들었습니다.

물론 적은 돈은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상당 부분 그대로 진행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예를 들어 처음에는 기존 창호 상태가 괜찮아 보여 필름 시공 정도만 생각했지만, 최종적으로는 전체 창호를 교체했습니다.

천장 평탄화, 시스템에어컨도 총 5대를 설치했고, TV 반매립장 및 라운드 몰딩, 스마트홈을 위한 중성선도 입선 등 하고 싶은 계획을 다 실현하였습니다.

턴키 견적을 받았을 때는 예산 때문에 “무엇을 빼야 할까?”를 고민했다면, 반셀프로 방향을 바꾼 후에는 “같은 예산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어떻게 구현할까?”를 고민하게 됐습니다.

저에게는 이 차이가 상당히 컸습니다.

3.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이 오히려 재미있었다

반셀프 인테리어를 시작하려면 처음 접하는 것들이 정말 많습니다.

철거, 목공, 전기, 도배, 필름, 마루, 타일, 창호, 시스템에어컨, 가구….

처음에는 사용하는 용어부터 생소합니다.

하지만 저는 원래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직접 해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크지 않은 편입니다.

오히려 처음 보는 것을 찾아보고 하나씩 이해해 가는 과정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반셀프 인테리어를 결정했을 때 걱정보다는 조금 설레는 마음이 더 컸습니다.

“내가 직접 철거를 할 수 있을까?”

“내가 계획한 대로 집이 만들어질까?”

이런 호기심이 있었습니다.

물론 실제 공사가 시작되고 나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힘든 순간도 많았습니다.

특히 다른 공정을 관리하면서 욕실 마이크로시멘트까지 직접 시공했을 때는 체력적으로 상당히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새로운 분야를 직접 경험했다는 것 자체는 상당히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것을 알아보고 직접 해결하는 과정 자체가 스트레스인 분이라면 반셀프 인테리어가 꽤 힘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검색하고 비교하고 직접 판단하는 과정을 좋아한다면 반셀프가 의외로 잘 맞을 수도 있습니다.

4. 계획 세우고 자료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제가 계획을 특별히 잘 세운다거나 자료를 잘 만든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무언가를 시작하면 자료를 찾아보고 정리하고 계획을 만드는 것을 좋아합니다.

인테리어를 준비하면서도 비슷했습니다.

셀프 인테리어 카페와 블로그의 여러 후기를 찾아보면서 공정 순서를 정리했고, 공정별로 평이 좋은 작업자들을 찾아 연락처와 후기를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원하는 내용을 말로만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서 구글 슬라이드로 직접 공사계획서를 만들었습니다.

운이 좋게도 네이버 카페에서 스케치업을 공부하시면서 회원들에게 도면을 바탕으로 이미지를 만들어주시는 분의 도움을 받아 스케치업으로 이미지도 만들었습니다.

평면도를 넣고 철거할 곳을 표시하고, 콘센트와 스위치 위치를 표시하고, 시스템에어컨 위치와 목공 단내림 형태를 정리했습니다.

주방에서는 타일 시공 면적을 직접 계산했고, 가구 위치와 가전제품 위치도 도면 위에 표시했습니다.

스마트홈을 위해 어느 스위치에 중성선을 넣어야 하는지, 전동커튼용 콘센트는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도 정리했습니다.

이렇게 만든 자료는 공사 전 견적을 받을 때뿐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상당히 유용했습니다.

작업자에게

“이렇게 해주세요.”

라고 말하는 것보다 그림과 치수가 들어간 자료를 보여주는 것이 훨씬 명확했습니다. 일부 작업자는 “턴키보다 낫네요”라는 말씀까지 하셨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제가 반셀프 인테리어를 끝까지 진행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도구 중 하나가 이 공사계획서였던 것 같습니다.

이 계획서를 어떻게 만들었고 공정별로 어떤 내용을 넣었는지는 별도의 글에서 자세히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5. 평소에는 싫은 소리를 잘 못하지만 현장에서는 필요한 말을 할 수 있었다

반셀프 인테리어에서 의외로 중요한 부분이 사람과의 의사소통이었습니다.

저는 평소 사람들에게 싫은 소리를 잘하는 성격은 아닙니다.

하지만 일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조금 다릅니다.

작업 결과가 계획과 다르거나 다음 공정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작업자에게 이야기하는 편입니다.

반셀프 인테리어에서는 이게 상당히 중요했습니다.

“전문가가 알아서 했겠지.”

하고 지나가면 이후 다른 공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공사를 진행하면서도 시공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바로 이야기했고, 수정할 수 있을 때 수정하려고 했습니다.

공정이 끝난 다음 한참 뒤에 문제를 발견하면 이미 다른 마감재가 그 위를 덮어버려 수정하기가 매우 어려워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작업자를 계속 의심하면서 현장을 지켜봐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제가 느낀 반셀프 인테리어의 핵심은 오히려 작업자와 충분히 소통하면서 서로 필요한 정보를 연결하는 것에 가까웠습니다.

전기 작업자는 가구가 어떻게 들어올지 알아야 하고, 목공 작업자는 시스템에어컨 배관이 어디로 지나가는지 알아야 합니다.

이 연결을 해주는 사람이 결국 반셀프에서는 집주인입니다.

6. 내가 원하는 집을 내가 결정하고 싶었다

공사를 끝낸 지금 생각해보면 비용만큼이나 좋았던 부분이 하나 더 있습니다.

모든 선택의 이유를 제가 알고 있다는 점입니다.

왜 이 위치에 콘센트가 있는지,

왜 실링팬을 이 크기로 선택했는지,

왜 이곳에는 다운라이트를 많이 설치하지 않았는지,

왜 창호를 결국 전체 교체했는지,

왜 스마트홈을 위해 중성선을 미리 넣었는지.

모든 선택에 나름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물론 잘못 판단한 것도 있었습니다.

주방 아일랜드에 빌트인 정수기를 설치하려고 했지만 필요한 바닥 배관 작업을 놓쳐 결국 계획대로 설치하지 못했습니다.

전기 1차 공사가 끝났을 때 스위치와 조명을 실제로 연결해 충분히 확인하지 않아 도배가 끝난 뒤 배선 오류를 발견하고 다시 마감을 뜯은 일도 있었습니다.

이런 부분은 지금 생각해도 아쉽습니다.

하지만 이런 실패까지 포함해서 직접 결정하고 경험했기 때문에 다음에는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알게 됐습니다.

앞으로 이 블로그에는 성공한 것만 기록하기보다는 제가 놓쳤던 부분과 다시 한다면 다르게 할 것들까지 함께 기록해보려고 합니다.

반셀프 인테리어가 무조건 정답은 아니다

공사를 끝내고 나서도 저는 모든 사람에게 반셀프 인테리어를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반셀프는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대신 집주인이 해야 하는 일이 많습니다.

공정별 업체를 찾아야 하고,

견적을 비교해야 하고,

일정을 맞춰야 하고,

공정 사이의 연결사항을 확인해야 하고,

현장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생기면 직접 판단해야 합니다.

그래서 시간이 부족하거나 이런 과정 자체에서 큰 스트레스를 받는 분이라면 턴키 인테리어가 오히려 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처럼 공사기간 동안 현장을 확인할 시간이 있고, 비용을 아끼면서도 원하는 공사를 포기하고 싶지 않고, 새로운 것을 알아보고 계획하는 것을 좋아한다면 반셀프 인테리어는 충분히 도전해볼 만한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경우 턴키 견적 약 1억 원에서 시작했던 고민은 결국 약 7천만 원 초반의 반셀프 인테리어로 끝났습니다.

돈만 아낀 것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직접 계획했던 공간이 실제 집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볼 수 있었다는 것도 꽤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물론 다시 한다면 절대 하지 않을 공정도 있고, 반대로 다음 집을 인테리어한다면 반드시 다시 할 것들도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제가 반셀프 인테리어를 시작하기 전 가장 먼저 했던 일인 전체 공사 순서를 어떻게 정했는지, 그리고 철거부터 입주청소까지 각 공정을 어떤 순서로 진행했는지 자세히 정리해보겠습니다.